‘귀엽길래 샀는데’ 키링 인형서 기준치 278배 유해물질 발견돼

서울시는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완구 25종을 대상으로 유해 화학물질 검출 여부와 기계적·물리적 안정성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총 4개 제품이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시는 해당 제품들의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제품 중 하나인 ‘키링 인형’에서는 인형의 얼굴, 손, 발 부위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를 현저히 초과했다. 인형의 얼굴 부위에서는 DEHP 성분이 국내 기준치보다 무려 278.6배 초과됐고, 손과 발 부위 역시 DBP, DIBP 등과 함께 각각 179배, 171.1배 초과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어린이의 성장과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국제적으로도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성분이다.
더 큰 충격은 어린이 점토 제품에서 CMIT와 MIT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이 두 성분은 과거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다가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뒤 사용이 전면 금지된 물질이다.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는 항균제로 사용되지만, 인체에 노출될 경우 피부염이나 호흡기 자극, 천식 악화, 눈의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성 작용이 보고되어 있다. 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아이가 만지거나 입에 넣을 경우 피부와 점막을 통해 흡수되며, 반복적인 노출은 알레르기 반응과 폐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2011년부터 사회적 공론화가 본격화됐고, 수백 명의 피해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중대 산업 재해로 기록돼 있다. 이후 정부는 CMIT와 MIT를 포함한 여러 성분을 유아·어린이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했으며, 모든 제조 및 수입 유통 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사전 검출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성분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해외 직구 제품의 관리 사각지대를 드러내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번 검사에서 적발된 나머지 두 제품은 물리적 안전성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저울 형태의 학습 완구는 고정판의 바닥 부분이 날카롭게 제작돼 있어 사용 중 찔림이나 베임 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또 다른 분류 놀이용 완구에서는 삼킬 수 있는 크기의 봉제공에 필수적인 경고 표시가 없었고, 집게 부품은 물리적 시험에서 쉽게 파손돼 예리한 끝이 드러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은 어린이의 일상적인 놀이 과정에서 심각한 상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소다.
서울시는 검사 결과에 따라 해당 플랫폼에 문제 제품들의 판매 중단을 요청했으며, 시민들에게 해외 직구 어린이 제품을 구매할 때 유해물질 포함 여부와 구조적 안전성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인터넷 쇼핑의 확산으로 해외 저가 완구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않은 제품들이 아이들의 손에 들어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하절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린이용 섬유제품을 대상으로도 안전성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모든 검사 결과는 서울시 누리집과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된다. 관계자는 “안전성 기준을 어긴 제품은 즉각적인 유통 차단과 함께 사후관리까지 강화할 것”이라며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와 더불어 제도적인 관리·감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