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바다·산·도시 다 본다! 해운대 너머 숨겨진 절경 '이곳'

장산에서 시작하는 이 여정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방파제처럼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봉대산을 넘어서는 순간, 마침내 동해의 광활한 바다가 당신의 곁을 내어준다. 바다를 벗 삼아 걷다 보면 윤슬로 뒤덮인 바다는 온통 은빛 비늘의 물고기로 가득 찬 듯 번뜩이는 빛 조각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세찬 파도가 내뿜는 하얀 포말은 말갈기 모양의 무지개를 휘날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새벽녘에는 떠오르는 태양빛으로 발갛게 물든 바다를, 정오에는 하늘과 푸름의 경쟁을 펼치는 짙푸른 바다를, 해 질 무렵에는 은은한 옥색 광채를 발하는 거울 같은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밤이 찾아오면 새까매진 바다 위로 달그림자가 도시의 불빛과 함께 어우러져 주름진 잔영을 드리우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트레킹의 첫 번째 코스는 부산 해운대의 동백섬 입구에서 시작하여 용천지맥을 따라 장산 정상을 거쳐 기장의 산성산으로 이어진다. 용천지맥은 낙동정맥이 천성산 남쪽에서 남동쪽으로 분기하여 망월산, 함박산을 지나 장산으로 이어지는 39.7km의 웅장한 산줄기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부산의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부산지하철 2호선 동백역 근처 유보라아파트 106동 옆에 있는 장산 숲길 안내판에서 시작된다. 처음 만나는 두 번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면 목재 데크 위 벤치에 도착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간비오산 봉수대를 방문해보자. 비록 높은 빌딩들로 바다 조망이 일부 방해받지만,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앞으로 펼쳐질 장관의 예고편 정도는 된다.
장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너덜겅'이라 불리는 독특한 지질 구조다. 너덜겅은 화산 활동이나 빙하 활동의 결과로 바위 덩어리가 쌓인 지형으로,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장산의 너덜겅은 그 규모나 경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중봉 뒤로 보이는 장산의 너덜겅은 선명하게 흘러내린 돌무더기의 형태를 띠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데크 계단을 오르며 이 너덜겅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섬 산행에 나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발 아래로 야트막한 봉우리들과 바다가 펼쳐진다.
장산 정상에 도착하면 '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정상석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문구는 산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상에서는 동쪽 기장 앞바다부터 송정,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을 지나 오륙도가 위치한 이기대공원까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탄성을 자아낸다. 이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 바로 유명한 해파랑길 1, 2코스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장산 정상이 군부대 때문에 매일 10시부터 15시까지만 개방된다는 것이다. 시간 계획을 잘 세워 방문해야 하며, 정상에서 기장 산성산으로 가려면 억새밭을 지나야 한다. 장산 생태숲길로 조성된 이 길은 작은 규모이지만 너덜겅을 지나가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억새밭에서는 장산습지를 통과하는 길로 가는 것이 좋다. 목장 터라고 불렸던 이곳은 생태보존구역으로 지정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습지를 지나면 군사용 아스팔트길을 만나게 되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100m가량 올라가면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는 반송 방향으로 이어지는 솔숲 길을 따라간다. 이 구간은 고도 차이가 크지 않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하늘은 바다와 경쟁하듯 푸름을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뻗은 은빛 나목의 잔가지를 빨대 삼아 새파란 하늘을 맘껏 들이마시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기장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산성산 이정표가 나타난다. 장산 5km, 산성산 4km의 이정표가 있는 안부부터 장산을 떠나 산성산의 품으로 들어간다. 1시간 이상 널찍한 비포장 임도를 걷는 구간이 이어지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차례 반복되는 길이 계속된다. 송전탑을 따라 전선의 길 안내를 받으며 걷다 보면, 바람이 불 때마다 전선이 전자현악기가 되어 숲을 가르는 바람 소리와 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침내 산성산 정상에 도착하면 넓은 정상부에서 저 너머 새파란 동해를 감상할 수 있다. 해파랑길 3코스의 끄트머리에 있는 봉대산과 그 아래로 2코스의 시작점인 대변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북쪽으로는 무장애 데크길이 지그재그 형태로 정상까지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일광산과 그 너머로 암봉이 돋보이는 달음산을 조망할 수 있다.
하산은 기장시장 2.1km, 보명사 1.4km 방향으로 이어진다. 하산을 시작한 지 35분 만에 도시의 아스팔트 도로를 만나면서 보명사 앞에 도착해 산행을 마무리한다. 해운대 동백역에서 시작해 장산과 산성산을 넘어 기장 보명사까지는 총 16.6km에 순수 산행시간만 5시간 35분이 소요된다. 보명사에서 기장읍성과 기장시장을 지나 동해선 전철 기장역까지는 약 20분이 걸린다.
두 번째 추천 코스는 해파랑길 1~3코스를 부분적으로 연결한 루트다. 해파랑길은 부산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을 중심으로 구축된 총 50개 코스, 750km의 걷기여행길이다. 특히 해파랑길 2코스는 해운대의 삼포(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거쳐 송정해변과 오시리아 해안길을 지나 대변항에 이르는 코스로, 동해안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동해선 전철 기장역에서 시작해 봉대산을 오르면 30분 만에 기장남산봉수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갑자기 펼쳐지는 새파란 바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양팔을 크게 벌린 듯한 바다의 모습은 마치 방문객을 환영하는 듯하다. 대변항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로, 특히 1~6월에는 제철 멸치회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2.1km에 달하며, '오시리아'라는 이름은 절경인 '오랑대'와 '시랑대', 그리고 '부산으로 오시라'의 합성어다. 이 구간은 제주도 올레길에 버금가는 절경을 자랑하며, 해동 용궁사까지 이어진다. 해동 용궁사는 1970년대에 창건된 신생 사찰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위치 덕분에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송정해수욕장은 깨끗한 수질과 넓은 백사장이 인상적이며, 특히 고운 모래사장은 파도가 늘 알맞게 다져주고 있어 '맨발걷기의 성지'로 불린다. 야간에도 밝은 가로등이 모래사장을 비추고 있어 언제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백사장 끝에서 구덕포까지 해안가 도로를 따라 걷고, 구덕포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그린레일로드라는 데크길로 올라설 수 있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와 해월전망대에서는 투명 바닥창을 통해 발 아래로 몰아치는 파도를 직접 볼 수 있어 아찔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미포에서 시작된 해운대해수욕장의 백사장은 25분 만에 동백섬 입구에서 끝나며, 해수욕장 중간 지점에 있는 관광안내소까지가 해파랑길 2코스, 그 이후부터 오륙도를 품은 이기대까지가 해파랑길 1코스다.
봉대산 입구에서 봉대산을 넘어 대변항, 오시리아해안길, 송정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해운대 동백섬까지 총 19.3km에 걷는 시간만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여기에 출발지와 도착지의 전철역까지 이동 거리와 시간을 더하면 하루 일정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바다와 산, 그리고 도시가 어우러진 부산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해운대 장산에서 기장 산성산까지의 트레킹과 해파랑길 1~3코스를 꼭 경험해보길 권한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이 코스는 언제 방문해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