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아파트만 남았다” 쇠락하는 부산, ‘제2도시’ 자리도 위태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였던 서면의 중심지 NC백화점 서면점 자리가 곧 최고 47층, 924가구 규모의 ‘서면 푸르지오 써밋’(가칭)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남천동 메가마트 부지에는 최고 39층, 845가구의 ‘남천써밋’(가칭), 롯데마트 금정점 부지에는 최고 45층, 375가구 규모의 ‘더폴금정’이라는 주상복합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아파트 개발은 쇠락한 부산의 산업과 상권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과 바다’로 불리던 부산은 이제 ‘노인과 아파트’라는 비아냥을 듣는 도시로 전락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취약한 산업 기반으로 인해 주요 상업시설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아파트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의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잉 공급이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부산에서는 7곳의 대형마트가 폐점했다. △NC백화점 서면점(2024년 5월) △메가마트 남천점(2024년 6월) △롯데마트 금정점(2020년 8월) △홈플러스 가야점(2022년 6월) △홈플러스 연산점(2023년 5월) △홈플러스 해운대점(2023년 9월) △홈플러스 서면점(2024년 2월) 등이 문을 닫았으며, 이들 대부분은 매각 후 주거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부산의 인구 감소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부산의 인구는 약 326만 명으로, 2020년 340만 명에서 불과 5년 만에 약 14만 명(4%)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유출된 인구 1만 3657명 중 62.6%가 2030세대 청년층이었다. 이는 부산이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은 2031년이면 부산이 인천에 제2도시 자리를 내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층의 유출은 일자리 부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일자리도 없고 상권도 망해가는데 아파트만 짓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계속 늘리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부산의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의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2월 3주 기준)은 -0.37%로, 대구(-0.86%)와 세종(-0.55%)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정 선호 지역을 제외하고는 낙폭이 더욱 큰 상태다. 예를 들어, 해운대구 해운대센트럴푸르지오(전용 84㎡)는 2021년 10월 13억 5665만 원(28층)에 분양권이 팔렸지만, 지난해 6월 38.5%가 하락한 8억 3500만 원(25층)에 거래됐다. 연제구 거제센트럴자이(전용 74㎡) 역시 2021년 9월 9억 4900만 원(16층)에서 지난해 8월 6억 5000만 원(17층)으로 31.5% 하락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산은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업들이 적다”며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을 계속 늘린다면 부동산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 역시 “부산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층 유출”이라며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젊은 인구가 부산을 떠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부산의 전반적인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