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로판 속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현실의 지루함을 벗어나 판타지와 로맨스의 달콤한 조화를 즐기고 싶은 독자들 사이에서 '로맨스 판타지(일명 로판)' 장르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웹소설에서 시작해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 장르는 특히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의 매력은 단순히 판타지 세계관에 로맨스를 접목한 것이 아니다. '이세계'라는 특별한 배경 속에서 환생, 회귀, 빙의 등 다채로운 설정을 통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데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 매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은 현대의 재수생이 소설 속 조연 캐릭터로 환생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스토리를 알고 있는 여주인공이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운명을 바꿔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탄탄한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로판 장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는 복수를 위해 시간을 되돌린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동생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했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더 강한 악녀로 거듭나는 과정은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모래시계' 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점이 작품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상수리 나무 아래'는 기존 로판과는 다른 결의 여주인공을 선보인다. 소심하고 말더듬이인 여주인공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독자들의 진한 공감을 얻었다. 전형적인 '강단 있는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현실감과 몰입도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로판 장르는 '양산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비슷한 설정과 스토리의 반복, 획일화된 캐릭터 등이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장르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은, 운명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도전과 성장이 현대인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로맨스 판타지는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우리의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어 꿈꾸고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로판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