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3차 예선 신화 이끈 신태용, 배신의 칼날 맞다

 인도네시아 축구계가 신태용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격랑에 휩싸였다. 사상 첫 월드컵 3차 예선 진출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끈 명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면서 축구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1월 6일, 2027년까지 유효했던 신태용 감독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에릭 토히르 PSSI 회장은 "인도네시아 축구는 더 높은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 패트릭 클루이베르트를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은 즉각적인 반발을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신태용', 'STY' 등의 키워드로 하루 24만 건이 넘는 게시글이 쏟아졌으며, '#STYSTAY' 해시태그 운동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한 팬은 "지금까지 본 모든 한국 드라마보다 신태용 감독의 경질 소식이 더 슬프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더불어 '#ThanksSTY' 운동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신태용 감독의 헌신과 업적에 감사를 표하는 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실제로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2026년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으며, 현재 예선 C조에서 3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후임으로 선임된 클루이베르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압박감을 즐기며, 4년 계획을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PSSI와 2년 계약에 연장 옵션을 포함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신태용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SNS를 통해 "토히르 회장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2026년 월드컵에 꼭 진출하기를 바란다"는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사태는 동남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던 인도네시아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신태용 감독이 이끈 2년여 동안 이룬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이 새로운 체제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